스프린트 플래닝 전날이면 항상 같은 생각이 든다. "이번 주도 사용자 인터뷰 한 건도 못 했네." Teresa Torres의 Continuous Discovery Habits가 출간된 지 5년이 지났다. 책은 135,000부 넘게 팔렸고, 2026년 3월 현재도 북클럽이 돌아가고 있다. "매주 고객과 접점을 만들어라"는 메시지는 PM 커뮤니티의 상식이 됐다. 그런데 실제로 이걸 하고 있는 팀이 얼마나 될까?
이론과 현실 사이의 간극
Continuous Discovery의 핵심은 단순하다. 프로덕트 트리오(PM, 디자이너, 엔지니어)가 매주 최소 한 명의 고객과 대화하고, 그 인사이트로 가설을 검증하며, 빌드할 것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 "매주"라는 단어에 있다. 대부분의 한국 스타트업에서 PM의 한 주는 이렇게 생겼다:
월요일: 스프린트 플래닝 + 주간 목표 세팅
화요일: 기획서 작성, 디자인 리뷰
수요일: 개발팀 Q&A, 이해관계자 미팅 2–3개
목요일: QA 지원, 데이터 분석
금요일: 회고, 다음 주 준비
여기에 "사용자 인터뷰"가 끼어들 자리가 어디 있나? 리크루팅, 스크리너 설계, 인터뷰 가이드 작성, 실제 인터뷰 진행, 노트 정리, 인사이트 공유까지 — 이 과정을 매주 반복하려면 PM 일정의 최소 20%는 비어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 20%를 확보하고 있는 PM은 거의 없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가 아니다
Torres는 디스커버리와 딜리버리를 병행하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둘의 권력은 대등하지 않다.
딜리버리에는 스프린트 데드라인이 있다. JIRA 티켓에 Due Date가 찍혀 있고, 데일리 스탠드업에서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디스커버리에는? 아무 마감도 없다. "이번 분기 안에 사용자 리서치 좀 해봅시다"라는 모호한 합의만 있을 뿐이다. 마감이 없는 일은 마감이 있는 일에 밀린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실제로 돌아가는 팀은 뭐가 다른가
주간 디스커버리를 6개월 이상 유지한 팀들에서 공통점을 뽑아보면 세 가지가 나온다.
인터뷰를 회의처럼 취급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는 사용자 인터뷰 슬롯이다. 회의실 예약처럼 캘린더에 반복 일정으로 박아놓고, 그 시간에는 다른 미팅을 안 잡는다. 누군가 "목요일 오후에 싱크업 하자"고 하면 "그 시간은 리서치 슬롯이라 안 됩니다"라고 거절한다. 이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디스커버리에 물리적 시간이 할당되지 않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리크루팅을 자동화했다. 앱 내 팝업이나 CRM 세그먼트로 인터뷰 대상을 자동 모집한다. "이번 주 누구 인터뷰하지?" 고민하는 시간 자체를 없앴다. 한 팀은 고객 성공팀과 협업해서, CS 통화 끝에 "15분 추가 인터뷰 가능하신가요?"라는 질문을 넣었다. 전환율이 의외로 높았다고 한다. 이미 서비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상태니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거다.
인사이트 공유를 가볍게 한다. 30분짜리 인터뷰를 녹화하고 AI 요약을 돌린 다음, Slack에 3줄 요약과 영상 링크만 올린다. 파워포인트 20장짜리 리서치 리포트 같은 건 만들지 않는다. 리포트를 만드는 데 인터뷰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가면, 그 프로세스는 지속 불가능하다.
한 통화에서 시작한다
완벽한 continuous discovery를 목표로 하면 시작도 못 한다.
1주 차: 기존 고객 중 최근 이탈한 사람 1명과 통화한다. 가이드 없이, 그냥 "왜 떠나셨어요?"만 묻는다. 그 한 통화에서 뭔가 배웠으면, 2주 차에도 한다. 3주 차부터는 캘린더에 반복 일정을 잡는다. 한 달이 지나면 습관이 된다.
정성조사에서 흔히 인용되는 말이 있다 — 5명이면 문제의 80%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맞는 말인데, 그 5명을 한 분기에 몰아서 만나는 것과 5주에 걸쳐 한 명씩 만나는 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 후자는 매주 방향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고, 전자는 3개월치 인사이트를 한꺼번에 소화해야 한다. 후자가 continuous discovery이고, 전자는 그냥 프로젝트성 리서치다.
딜리버리 속도를 줄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디스커버리에도 같은 수준의 구조와 의무감을 부여하라는 거다. 캘린더에 블록을 잡고, 리크루팅을 자동화하고, 공유 프로세스를 가볍게 만들어라. 그게 안 되는 조직이라면, PM이 아무리 Torres 책을 정독해도 바뀌는 건 없다.